밝은 낮보다 동이 트기 전 검은 빛 아래에 놓인 밤이 더 많은 비밀을 품고 있는 법이다. 마찬가지로 눈앞에무엇이 선명하게 있을 때보다 그것이 지나간 자리에 더 진한 흔적이 남는다. 이처럼 이미 끝났다고 생각되는 장(scene)으로부터 다시금 시작되는 그 이후의 이야기는 김진희와 최민영의 작업에서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소재이다. 전시 《커튼콜》은 서로 다른 장소에서 작업을 이어오고 있는 두 작가가 주목하는 이면의 존재들을 향한 시선을 다룬다. 그들은 일상의 개인들이 품을법한 주변적 사유를 고찰하며 언어화되지 않은 심리적, 감정적 공백을 개성 있는 농담으로 그려내고 있다.  

김진희는 흔들리는 인간의 내면을 끈질기게 관찰하고 이를 붙잡을 수 있는 형상으로 전환해왔다. 그의 근작들은 지금 내 앞에 현존하지 않는 것에 대한 기억과 인상을 텅 빈 무대 위로 옮기는 데 초점을 맞춘다. 그려진 인물은 주로 어디인지 모를 빈 공간에서 사소한 행위를 이어간다. 한 곳을 멍하니 응시하거나, 작은 물건을 손에 조심스레 쥐어보거나, 때로는 좁은 틈 뒤로 큰 몸을 웅크려보기도 하는 이들은 평안해 보이기보다 어딘가 불완전한 상태로 보인다. 여기에 더해 그의 회화를 지배하는 강렬한 색채와 빛의 대비는 작가가 그리고자 하는 죽음, 상실, 이별 같은 삶의 무거운 사건이 갖는 복잡한 정서적 레이어를 시각화하는 효과적인 장치가 된다. 치밀하게 계산된 연극적인 조명과 건축적인 구조물들 사이에 놓인 둥근 몸들은 서로 부딪히며 기묘한 아우라를 생산하는데, 이 분위기는 유머러스함과 쓸쓸함, 긴장감과 허무함 그 사이를 오가는 양가적인 감각을 자극한다. 부재와 결핍의 서사는 김진희의 세계 안에서 한결 가볍지만 여전히 멜랑꼴리한 것으로서 다루어지며, 각 인물들이 화면 바깥에서 잃어버린 어떤 존재의 빈칸은 관람자들의 개인적 경험들로 조금씩 채워진다. 

최민영은 눈을 감았을 때 볼 수 있는 것들, 혹은 빛이 물러가고 어둠이 주변을 가득 채우는 때에 역설적으로 시야에 드러나는 실체들을 상상한다. 따라서 그에게는 밤과 꿈이 상념을 위한 일종의 울타리가 된다. 실제와 가상의 중간지대에서나 볼 수 있을 법한 이미지는 주로 작가가 머릿속으로 떠올렸던 장면이나 낯선 환경에서 얻은 영감에서 출발한다. 가령 그가 스스로 이름 붙인 ‘약간 겁먹은 생물 (Slightly Frightened Creatures)’은 언젠가 그의 꿈에 등장했던 미지의 생명체로 이후 적극적으로 작가가 연출한 상황의 주인공이 된다. 별의 모양을 한 생물들은 계단을 오르내리거나 사람들이 머물렀을 장소를 돌아다니며 희미해진 작가의 꿈을 다시 쓰기 한다. 또한 가면을 쓴 인물들과 달빛 아래 등장하는 야생 동물은 작가가 낯선 지역에서 머무르며 마주했던 자연의 질감들을 몽환적인 풍경으로 재구성한 것이다. 마치 기존 문법에 어긋나지만 존립 가능한 시적 허용의 문장들처럼, 여러 미지의 개체들은 최민영의 회화 안에서 자유롭게 태어나며 초현실적인 광경을 계속해서 만들어간다. 

철학자 알랭 바디우는 어둠을 ‘제한적인 동시에 무한한 행동이 일어나는 것’으로 설명한 적 있다. 김진희와 최민영의 작품을 지배하는 명암은 논리적 문법 아래서는 쉽사리 눈에 띄지 않던 것들을 선명하게 밝힌다. 그들의 세상에서 두려움과 호기심, 슬픔과 행복, 부재와 실재는 대립의 관계에 서 있기보다 한 시점에 다양한 층위를 이루며 공존할 수 있는 것으로 그려진다. 현실의 가장자리에 있던 잠재적인 감각들을 어루만지는 두 작가의 수사 앞에서 아직 끝나지 않은 커튼 뒤의 이야기를 기다리게 된다. 

글 | 박지형 (디스위켄드룸 큐레이터)


Before dawn, the night under the black light holds more secrets than the bright day. Likewise, a darker trace remains in the place where it passed than when something was clearly in front of your eyes. The following story, which begins again from the scene that seemed to have ended, is the common thread found in the works of Jinhee Kim and Minyoung Choi. The exhibition 《Curtain Call》 deals with the gaze toward the beings behind the scenes that two artists who have been working in different places are paying attention to. They describe the psychological and emotional motifs that are not verbalized as a unique texture while considering the peripheral thoughts that everyday individuals might have. 

Jinhee Kim has constantly been observing the inner side of the human being and switching it into figures that can hold it. Her recent works focus on putting memories and impressions absent in the present onto an empty stage. The figures continue to perform trivial acts in unknown spaces. Those who stare blankly at one place, hold small objects in their hand carefully, or sometimes crouch down their large bodies behind narrow spaces seem to be somewhat unstable rather than peaceful. In addition, the contrast of the intense colours and light that dominate paintings becomes an effective device for visualizing the complex emotional layers of unfortunate events such as death, loss, and farewell. The rounded bodies placed between the carefully calculated theatrical light and architectural structures collide with each other and produce peculiar auras. The atmosphere stimulates an ambivalent sense of humour, bitterness, tension, and emptiness. The narrative of absence and deficiency is treated as a light but still melancholy within Kim’s world. The blanks of something that each character has lost off-screen are filled with the audience’s personal experience. 

Minyoung Choi imagines things that can be seen when she closes her eyes or are paradoxically revealed in her view when the light recedes, and darkness fills her surroundings. Thus, night and dream become a territory for her imagination for Choi. Images likely to be seen only in the middle area between real and virtual primarily come from scenes that Choi has in her mind or inspiration from unfamiliar surroundings. For example, the ‘Slightly Frightened Creatures’ are unknown creatures that once appeared in her dream and actively became the main character of the situation. These star-shaped creatures rewrite the faded dream of the artist by going up and down the stairs or wandering around places where people would have stayed. Furthermore, masked characters and wild animals appearing under the moonlight are visualized as dreamy landscapes from the natural scenes that Choi encountered while staying in a strange area. Like the sentences of poetic permissibility that go against conventional grammar but can exist, various unknown objects are born freely in Choi’s paintings and continue to create surreal spectacles.  

The philosopher Alain Badiou once described darkness as ‘the occurrence of both limited and infinite actions’. The light and shade which dominate the works of Jinhee Kim and Minyoung Choi reveal the things that are unclear under logical grammar. In their world, fear and curiosity, sadness and happiness, absence and reality exist as being able to coexist in various layers at a time rather than standing in a contentious relationship. In front of the two artists’ rhetorical languages touching the potential senses at the edge of reality, we await the stories behind the curtain that is not yet finished.

Text | Jihyung Park (Curator, ThisWeekendRoom)

Curtain Call

2022

ThisWeekendRoom

Seoul, KR

스노글로브는 투명한 유리구슬 안에 유명한 장소, 가상의 세상을 물과 조명을 넣어 만든 장식품이다. 이야기가 담긴 유리구를 통해 가보지 못한 세계에 대한 막연한 동경과 함께 여러 가지 망상에 빠져본다. ‘막간의 시간’에 찾아오는 무위의 상태, ‘피로한 자의 길고 느린 시선 속에 무장이 해제된다’는 한 철학자의 말을¹ 빌어 스노글로브를 흔드는 행위를 반복하며 흩날리는 가루를 하염없이 바라본다. 눈을 유리구에 가까이 붙이고 바라보면 안과 밖의 위치는 바뀐다. 기묘하게 휘어진 세상 안에 내가 들어가 있다. 다시 거리를 두고 보면 작고 예쁜 유리구 안에 모두 담기지 않는 현실의 모습 사이에서 갑작스러운 괴리감이 생긴다.
전시가 이루어지는 공간이 사적이지도 공적이지도 않은 어느 위치에 살짝 떠있다는 생각을 했다. 본인이 거주하는 곳에서 이동한 장소에 현실과 가상의 세상이 버무려진 동그란 공간을 상상한다. 주변에서 벌어지는 여러 사건에서 멀어질 수 없는 요즘, 가상의 이야기를 읽으며 조금은 느린 시선으로 자신의 상황을 관조해 본다. 사회가 급변하는 동안에도 예술가들은 개인의 감정을 다양한 방식으로 표현하고, 때로 이야기꾼이 되어 그들이 상상하는 세계의 모습을 그리기도 했다. ‹The Snow Globe›전은 스토리텔러로써 개인 또는 타자, 사회의 이야기를 창작하고 전달하는 작가들의 작업에 집중한다. 작가의 작업은 관객에게 다른 창이 되어 잠시 현실과 분리된 세상을 마주하게 한다.
김진희의 ‹바라보는 사람; 이카로스›(2020)를 보면 인간에게 경종을 울리는 신화의 내용과는 달리 캔버스 한가운데 인물이 편안한 자세로 앉아있다. ‘이카로스’가 미지의 세계에 대한 인간의 동경을 상징했다면 그가 새롭게 연출한 신화는 닿을 수 없는 공간과 시간을 대하는 작가의 태도와 맞닿아있다. 작품 속 인물은 마치 빛이 들어오는 곳으로 다시 날아오를 것을 암시하며 관람자를 응시한다. 그는 시간이 지나 공간의 기능이 변했을 때 드러나는 생경한 순간을 포착한다. 작가는 이러한 시간과 공간의 틈을 연극의 무대에 빗대어 표현하고 있다. 캔버스라는 가상의 무대에 배치된 인물은 화면 너머를 바라보거나 관람자와 시선을 맞추고 있다. 작가는 시선의 대상이었던 인물을 주체로 전환하며 찰나의 시간을 뒤튼다.
김영글은 글을 쓰는 작가이자 미술가로서 익숙한 사물이나 사회문화 현상의 이면에 관심을 두고 작업한다. ‹파란 나라›(2019)는 단편 다큐멘터리로 1904년 벨기에 영사관으로 쓰일 2층짜리 석조 건물의 건축에 스머프가 기술자로 지원하여 한국에 들어와 겪는 이야기다. 신이 창조한 성실한 스머프는 작은 이방인이었기에 훌륭한 건축물을 완성하고도 머릿돌에 이름 한번 새기지 못한 채 사방으로 흩어졌다. 한국 근현대사와 함께한 스머프는 국제사회 문제로 고국에 돌아가지 못하다가 일부는 세상에 남아 풀리지 않는 질문의 해답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진실과 허구를 교묘하게 연결하는 작가의 작업은 ‹Unposted Letters›(2019)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이 작품은 작가가 전 세계에서 수집한 멸종 동물 우표 컬렉션을 에덴동산이 그려진 성경 카드 프린트에 콜라주해 만든 것이다. 인류의 기원을 상징하는 에덴동산에 사라진 동물들이 모여있는 풍경은 마치 실재했던 한 편의 아름다운 기록화로 보인다.
유영진은 ‘기억이 과거를 편집’한다는 특성이 사진이라는 매체에서 어떻게 표현될 수 있는지에 관한 연구로 시작하여 2018년부터 최근에는 도시의 풍경 속에 소외된 개체들을 발견하고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고 있다. 이번에 전시된 작업은 그가 과학자와 작가의 태도 사이의 유사성을 가지고 진행 중인 ‘캄브리아기 대폭발’ 프로젝트다. 작가는 도시에서 발견되는 건축 부산물을 우리가 모르는 사이 기생하고 있는 작은 생명체로 인식했다. 주택이나 오래된 건물에서 흔히 발견되는 파이프, 단열재, 우레탄 폼, 철제 등이 시간이 지나며 변화하는 모습이 흡사 스스로 진화하는 것으로 보였다. 그는 미지의 존재에 대한 가정과 그것을 증명하기 위해 직접 수집한 가상의 생명체를 실제 과학적 사례에 대입시킨다. 그리고 수집한 표본에 이름을 붙여 도감의 형식으로 도시를 드러내는 시각적 지표를 제시한다.
“Seulensis virga는 몸체 윗부분에 주름지고, 괴상하게 생긴 덩어리가 생기는 종이다 … 이 덩어리와 몸체 사이에는 단단하고, 가는 줄기가 돋아나 있다. 손상된 덩어리는 떨어지면 다시 생겨나지는 않지만, 어떤 용도로 활용되는지는 알려진 바 없다.”²
허연화는 자신에게 주어진 한정된 공간의 크기를 극복하는 시도를 하고 있다. 물리적 한계가 해소된 환경, 특히 물과 같이 유동적인 물질과 신체에 대한 관심을 평면과 입체를 통해 시각화한다. 그는 입체 작업을 시작하기 전에 평소 관심을 두고 있던 공간의 표피를 긁어내어 판화로 재료를 축적한다. 작가가 모아놓은 재료들은 더욱 얇게 평면이 되어 3D 프로그램을 통과하고 물성과 경계가 모호해진 조각으로 완성된다. 오랜 시간 마을을 가로지르는 하천 위에 쏟아지는 빛을 떠내어 외피로 사용한 조각 ‹Flash›(2018), 물속에서 감각할 수 있는 시각적 정보를 상징하는 ‹물의 문›, ‹White island›, ‹Bubble rocky island›(2021) 등 작가가 물에서 느낀 감각의 변화들이 하나의 이야기가 되어 나열되었다.
큐레이터 김수현
¹한병철, ‹피로사회›, 문학과 지성사, 2012, 72쪽
²유영진, ‹캄브리아기 대폭발›, 2018, 81쪽


The snow globe is an ornament made of water and light that holds a famous place or a virtual world in a transparent bead of glass. Through the stories contained within the glass ball, one falls into multiple daydreams, accompanied by a vague longing for a world never visited. Repeatedly shaking the snow globe, I watch the powder that flutters away while, citing a philosopher’s words, in the state of inaction that comes during the ‘interlude time,’ ‘disarmed in the long, slow gaze of the tired,’ to cite the words of a philosopher.¹ When the eye is brought close to the glass, the inside and outside switch. I am inside a strangely bent world. Looking again from a distance, there is a sudden separation felt from reality, its entirety unable to be confined within the pretty, small glass globe.
The exhibition space seems to be floating somewhere between neither private nor public. Imagine: a circular space where reality and the virtual world fuse together. These days, when it is so difficult to look away from the happenings surrounding us, it may help to return to the imagination, to read a fictional story, and look at the current situation with a slower perspective. Even when society undergoes rapid change, artists express their emotions in an array, sometimes becoming storytellers depicting the world they imagine. The Snow Globe focuses on artists who create and deliver stories about individuals, others, and society. The artist’s work becomes a different window, allowing the audience to face a world separated from reality briefly.
In Jin Hee Kim’s The Gazer; Ikarus (2020), unlike the alarming myth, a figure sits in a comfortable position in the middle of the canvas. If ‘Icarus’ symbolized the human longing for the unknown world, this newly directed myth aligns with the artist’s attitude toward the intangible time and space. The character in the work stares at the viewer, suggesting a soaring back to where the light enters. She captures the unfamiliar moments revealed when the function of space changes over time. The artist uses the stage of the play as a metaphor to express these gaps in time and space. The figure placed on a fictional stage, the canvas, looks beyond the surface or makes eye contact with the audience. The artist twists the moment by shifting the subject to the character, who normally is the object of attention. As a writer and artist, Youngle Keem works with interest in the ulterior of familiar objects and social and cultural phenomena. Blue Land (2019) is a short documentary on the story of the Smurfs, who volunteer as technicians for the construction of a two-story stone architecture to be used as the Belgian Consulate in 1904 in Korea. Since the sincere Smurfs created by God were only small foreigners, they scattered everywhere without having their names engraved on the headstone even after completing the fantastic architecture. The Smurfs, who shared modern contemporary Korean history, failed to return to their homeland due to international crises. However, the few that remained in our world are trying to find answers to unanswered questions. The artist’s cleverness that links truth and fabrication can also be seen in Unposted Letters (2019). This work collages extinct animal stamps that the artist collected from all over the world onto a Bible card illustrating the Garden of Eden. In Eden, which symbolizes the origin of humanity, the now missing animals are gathered in beautiful documentation of a reality that seems as if it once existed.
Youngjin Yoo has been researching the attribute of 'editing the past' within photography, and since 2018 and on, discovered objects alienated within the city's landscape to create a new story. The work seen in this exhibition is the ongoing 'Cambrian Explosion' project, in which he works by taking on an attitude that is similar between the scientist and the artist. Yoo recognized the architectural by-products found in the city as small creatures that become insidiously parasitic. Pipes, insulation, urethane foam, and hardware commonly found in tenements and old buildings seemed to evolve on their own over time. He replaces the assumption of unknown existence and the hypothetical life collected directly to prove it with real scientific examples. By naming the collected samples, it suggests a visual index that reveals the city as an illustrated specimen.
“Seulensis virga is a species that forms a wrinkled, grotesque mass on the upper part of its body … Between its mass and the body is a hard, thin stem. Damaged lumps do not spring up again when they fall, but what they are used for is unknown.”²
Yeonhwa Hur is attempting to overcome the limited space given to her. She visualizes the environments where physical limitations have been resolved through planes and dimensions, with a particular interest in bodies and fluid substances such as water. Hur scraps the epidermis of the space of significance and accumulates this material for printmaking. The artist then thinly flattens collected materials and completes them as an object by passing it through a 3D program, blurring its materiality and boundaries. Flash (2018) is a sculpture that takes as its skin the light shed upon a river that has long cut across a village. Water Door, White Island, Bubble rocky island (2021) symbolize visual information sensible underwater. Together, the changes in the artist’s sense while in water are recited as a single story.
Soohyun Kim, Curator
¹Han, Byung-Chul. [피로사회] The Burnout Society. Trans. Kim, Tae-Hwan., Moonji Publishing, 2012.
²Yoo, Youngjin. Cambrian Explosion. p. 81. 2018.

 

Snow Globe

2021

Gallery Whistle

Seoul, KR

‘유머는 우울을 상쇄시키는가? 가중시키는가?’
 
 어떤 대상의 상실을 대하는 나의 태도는 어딘가 어색하다. 의식적으로 행동할 수 도, 무의식적으로 행동할 수도 없다. 의식적으로 행동하기엔 개인의 감정을 표준화하는 듯한 거리낌이 들며, 반대로 무의식적으로 행동하기엔 나의 감정을 모두 들킬까 염려스럽다. 감정을 모두 들키기 전에 유머로 상황을 무마시킨다. 우울은 그저 달아나게끔 내버려 둔다. 아무렇게나 덮어 둔 우울을 굳이 찾아내기도 하지만 오늘은 우울을 저기 버려두고 그냥 웃기도 한다.
 공간과 틈에서 시작된 나의 관심은 심리적 거리감이라는 내면의 감정적 줄기를 타고 존재하는 것과 존재하지 않는 것의 간격에 대한 질문까지 뻗어나갔다. 결국 이는 죽음으로 인한 대상의 상실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잔존하는 것 사이의 관계에 관한 생각들에 안착하게 된다. 
  전시 <돌에 새겨진 것들>는 이러한 내 감정적 상태로부터 출발하며, 석상과 비석의 이미지를 사용해 대상의 상실과 잔존에 대한 이미지를 보여주기로 한다. 돌은 그 소재로서 역사가 시작되기 전부터 불변하는 재료로 존재해왔다. 존재했었지만 지금은 존재하지 않는, 존재하지 않지만 존재한다고 믿고 있는 것들을 돌에 새기고 그 의미를 보존한다.
 
Carved on the Stone
'Does humor offset depression? Or does it boost depression? '
 
It makes me somewhat awkward when I am confronted with something’s demise. I cannot behave neither consciously nor unconsciously. It feels like I am standardizing my own emotions to be consciously acting. Contrarily, I get bothered by the fact that my bare emotions might be revealed when I start acting unconsciously. Hiding myself behind humors actually halt my bare feelings get noticed by others. The humor, my essential tool for letting depressed feelings slip away, naturally makes me laugh it off from the inevitable depression.
Through branches of my emotions, the interest that I have in space, interval, and discordance outstretched to questioning about psychological distance between the existence and the non-existence things. My interest about this matter would be settled on right between a devastation from the demise and a willingness to remain calm and steady even if the pain of the demise is more than one could bear.
The exhibition, Carved on the Stone, is initiated by my emotional state in regard to space, interval, and discordance. It uses images of statues and monuments to present the loss from the demise and the feeling that got left alone. Stone, the material, is known to endure long time from even before the beginning of written history until now. I carve to preserve the connotations about things that used to exist but do not exist now and things that do not exist, but are believed to exist.

Carved on the Stone

2019

Twoffice_Testing Room

Seoul, KR